j e l l y t o o n           @ i n s t a g r a m e  



 

스스로에게 남기고 싶은 여행은 있다...
이 제주도 여행이 나에게 그러했는데, 그때 그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음이 안타까워 스스로에게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을 해본다...다시금 벅차오르는 마음과 함께...









※ 그녀와 함께한 제주도에서...그 둘째날...


둘째날은 많이 피곤 했어서 그랬는지...
수첩에 글을 별로 남기지 못해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바탕으로 글을 쓸수가 없어 조금 안타깝다..
아무래도 무려 3년전의 여행기라 기억에 의존해서 쓰기에는 둘째날의 여행은 술술 글이 풀어지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시작을 했으니 차근차근 풀어나가 봐야겠지...
더군다나 우리의 여행은 둘째 날을 위한 것이라 할 만큼 마음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여서, 더욱 생생하게 글을 쓰고 싶기도 했다...





AM:12:20
잠에서 문득 깨니 방이 너무 환하여, 잠시 멍한 기분이다.
그녀가 깰까 조심조심 베란다로 나가 담배 한개피를 태우며, 바다를 바라보니 배에 달린 전등이 정말 밝아 저 멀리 있는 배까지 다 보일 정도 였다.

- 아...다들 낚시를 하러 배타고 나갔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하며, 들어와 다시 잠을 청했다.





AM:07:15
첫째날을 편하게 보낸 후라 다음날은 알람소리에 거뜬하게 눈이 떠지는 아침이였다.
그 시작을
아침밥으로 알리며... 우선 하루종일 내내 걸을 테니까 든든히 먹고 출발하자는 생각에, 밤에 미리 해놓은 밥과찌개를 (뜨끈뜨근하게)먹었다. 도시락을 챙길까도 생각 했었지만, 걸을때 햇빛이 쨍쨍하니 상할 염려가 있어 걸어 가는 도중 산굼부리에서 먹기로 하곤,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나갔다.
어디서부터 걷는걸 시작해야 할지 조금 막막 했었는데..터미널에서 어떤버스를 타야되나 찾다보니, 우리의 시작점이 보였다.
대천동 사거리[목적지]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하니 두근거림이 점점 더 심해졌다.
(이때의 나는 결정할 나의 앞날과 고민, 한심한 스스로의 모습에 땀을 쭈욱 빼며, 힘든 여행을 하고 싶었더랬다. 남들처럼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하거나, 등산등등 스포츠를 즐기는 그런류의 인간이 아니기에... 이런류의 걷기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내겐 힘들고, 가치있는 여행이었다.)






드디어 도착해 내리고 보니 주변이 휑~하니 좀 뜬금 없다. 사실
걸어 가야 할 길을 버스안에서 지도로 확인 해보니 막막 하기도 했더랬다. 

- 이길을 다 걸어갈 수 있을까?

괜히 그녀에게 바람 만 잔뜩 넣어 주고, 실망하는 여행길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이 길을 선택한건 과거 제주도여행때 차로 이동 하면서 풍경이 좋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에 들던 몇개의 길중 이곳이 제일 차편이 좋기도 해서 였다. 나는 불안한 생각은 떨쳐 버리고,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며, 걷기 시작했다.
조금쯤 가다보니,
들꽃들과 나무들이 점점 많아 지고, 풀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 어느새
무성한 길로 바뀌어 있었다. 걸어가는 이 길은 따로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인도길도 없거니와 자전거 도로 역시 없었고, 그저
아스팔트길 뿐이었다. 그렇게 뻗어 있는 길을 우리는 걸어 가며, 
샛길이 보이면 들어가서 서로 사진도 찍어 주고,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들도 찍으며 나아갔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가의
전기줄 마져 사진에 담으니 꽤 그럴듯 했다. 아마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철도길과 전기줄선이 여행의 두근거림이라고 말하지 않을지.... 풀들밖에 없는 길에 조그마한
보라색의 이름모를 꽃한송이가 그렇게 예뻐 보일수가 없고, 비료냄새가 풍기는 저길 끝의
말들도 그렇게 멋져 보일수가 없었다.





- 9월 중순의 평일이라 그런걸까!!

서울의 한복판에 살고 있던 나는 이 차없는
도로가 한산하고 조용하게 느껴져 좋았다. 꼭, 영화속 여행하는 주인공처럼 자유마져 느껴졌더랬다. 무심코 그냥 소리도 질러보고,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소리내어 불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는것이 아닌가!!! 돌아 보니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던 용달차에 태워달라고 했는지 뒤의 짐칸에 타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둘이 걷는것을 보곤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나보다. 나는 뒤늦게 보았지만, 그래도 나와그녀는 답을 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저멀리 점이 되어 안보일때까지 그 용달차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고, 이 모든것이 왠지 나를 감상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 지금 걸어가는 이 땡볕의 아스팔트 위를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까? 
- 날계란을 여기에 탁~! 터트리면, 지글지글 익어서 바로 먹을수 있을꺼 같다 라고 표현해야 할까?
- 아니면 이글이글 거리는 끝없이 펼쳐진 아스팔트길. 이라고 표현해야할까?'

여러개의 문장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렇게 걸어가며, 따가운 햇살을 한번 쳐다 보았다.

- 지금 내 얼굴은 어떨까? 아마도 홍당무처럼 빨갛게 익어 있겠지?

그래도 버겹고, 더워 죽을꺼 같지만, 걸어가는 발걸음 만은 가벼웠다. 덥지만...아니 아주아주 많이 덥지만... 더군다나 내 머리위로 이렇게 태양이 뜨겁게 내리 쬐고 있는데, 그래서 얼굴이 빨갛게 익고, (원체 땀을 안흘리는데) 콧잔등에선 땀이 올라오고, 눈 밑자락엔 송글송글 땀이 맺혀도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길가의 표지판을 보니 산굼부리가 얼마 남지 않았단다.
점점 옆에는 나무들이 높아져 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삼나무길]이 나오고 있는것이다. 이 나무가 무엇인지 잘 몰랐을때 부터 제주도에 모든 삼나무숲길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 사실 1112번 도로가 모두 이 삼나무길로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도 생각한적이 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삼나무길이 나오면서 저쪽에 산굼부리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오래전 여행길에서는 이곳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분화구를 처음 보았을때 그 넓은 크기에 놀랐었다. 지금도 변함 없는지 모르겠다, 그 분화구 옆으로는 밑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데, 그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소나무 한그루와 큰돌이 있었었다. 참 멋스럽다고 생각했었다.

 - 지금도 있을까!?

오래전을 회상하며, 우리는 입구로 향했다.
사실 우리는 분화구로 먼저 올라가기 보담은 먼저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그녀의 배꼽시간은 어쩜 이리 정확할수 있는지...
그녀와나는 간편한
비빔밥을 시켜먹고 난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휴식을 취했다. 옆에는
돌로 조각된 돼지, 돌하루방 등등이 있었다. (이 사진을 보니 그때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dslr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어 똑딱이 카메라로도 그렇게 사진을 찍는다고... 여행기를 쓰며, 사진을 보니 그녀의 말을 알꺼 같다. 나는 내것의 사진과 그녀의 사진을 함께 보고 회상해 가며 글을 쓰는데... 나의 전체적인 사진 보다는 그녀의 소소한 사진 속 장면장면이 나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생각나게 했다. 그녀의 사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써 나는 점차 똑딱이에 익숙해져 가는걸 느꼈다.)

우리는 그렇게 쉬고난 후 산굼부리 제일 꼭대기로 올라갔다. 9월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길이 푸릇푸릇하다. 이후 난 늦가을에 이곳을 다시 찾은적이 있는데, 11월쯤에는 산굼부리로 올라가는 (미끄러지지 말라고 고무가 깔려있는 길)이길 양쪽으로 억새가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물론 억새로 유명한 곳들이 많지만, 이때쯤 제주도에 온다면 이곳에 오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사진찍기에도 좋고, 사실 힘들게
올라가는 길도 아닌 15분 정도면 끝이기 때문에 쉽게 억새를 접할수도 있고, 높은 고도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는것을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한다면 한라산의 유명한 억새밭을 보러 가는게 물론 더 좋기는 하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라면, 체크해 두어도 나쁘지 않을듯 하여 말해본다.
그렇게 끝까지 올라가니 역시 왼쪽으로
사슴(설록인가?!)동상이 보이고, 그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분화구와 저멀리 한그루의
소나무가 보였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봄에는 그
소나무 아래에 또는 그 근처로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놀고 있었는데, 지금은 더운 땡볕이라 그런지 보이질 않는다. 풍경사진 찍기에는 더없이 좋다는 생각에 한참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주변을 돌아보니
연인들끼리 여행을 왔는지, 아님 현지 사람들인지, 남녀 둘이 손잡고 다니거나 팔장끼고 앉아 있는 모습들이 여기 저기서 보였다. 초기의 제주도는 이곳도 유명한 곳에 속하여, 사람들이 많았건만, 점점 제주도에 볼것 들이 많아져서 인지 이곳도 한산해 진 듯 싶다. 한가롭고 조용한것이 좋아 잠시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과 멀리 보이는 한라산 등선들을 바라 보며 돌위에 앉아 있었다. 그때 그녀가 나를 불렀다. 아직 갈길이 멀기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녀와 함께 밑으로 내려갔다. 그때 옆의 샛길이 예쁘게 나있는 것이 눈에 들어 왔고, 들어가 보니 이름은 모르겠으나, 작고 동글동글한 풀들이 한쪽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걷는 여행의 묘미는 이런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여행이라 즐거운 것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차를 타거나, 혹은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도구를 이용 했다면 이 느릿느릿한 여행에서 보이는 풍경들을 볼수 없었을 테니까...
하늘을 한번 쳐다보니 해는 제일 높은곳의 고도에서 내려올 차비를 하는듯 했고. 우리는 급하게 산굼부리를 내려와, 다시 길을 걸어 갔다.


1시간을 넘게 걷다보니 들판들이 보이며, 마을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마을이 나오니 공사가 한창인 곳도 있고, 먼지가 많이 날리기도 해서 걷기가 조금 힘들어 졌다. 왠지 빨리 지치는듯 하다. 그때 마을 집들이 쪼르륵 보이고, 옆에 평상같은 것이  보였다. 그 평상쪽으로 샛길이 나아 있는데, 샛길 끝에는 집 몇채가 있고, 그 집과 샛길 입구 사이에 이 평상이 있었다. 꽤 깨끗하고 넓은거 보면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수다떨고 고스톱치고 그러지 않을까 싶다. 옆에 조금 떨어진 곳에는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보였다. 그렇게 평상에 우리둘은 잠시 앉아 시원한 물을 마시며, 땀을 식혔다.
우리가 앉아있는 곳에서 왼쪽 길을 보니 높은 잣나무들이 주르륵 서있고, 해가 우리의 반대편에 있어서 나무의 그늘과 매미소리, 풀내음이 버무려져 운치를 더했다. 사실 걷기 여행을 테마로 잡지 않았다면, 이곳에 앉아 동네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수박도 얻어 먹으며, 놀고 싶어졌다. 하지만 우린 다시 철썩~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를 겨우 일으켜 세우며,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또 걷다보니, 공사하는 아저씨들을 만날수 있었고, 우리의 얼굴을 보고는
- 어디서부터 걸어왔냐...며 물어보셨다. 우리는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서 부터 걸어 왔다고 하니 다들 놀래며 왜 그렇게 걸어 가냐는 듯 갸우뚱 거리며 쳐다 보셨다. 그도 그럴것이 이길을 걷는 이는 우리밖에 없었으리라....우리는 그냥 뻘쭘해 하며

- 수고하세요~

라고 말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려 했다. 그때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곤, 태워줄수 있으면 태워주겠다 하셨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와 방향이 같지 않아 우리는

-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만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워낙 잘 걸어 다니기 때문에 힘든 기색이 없었지만, 난 조금씩 지쳐감을 느꼈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길에 서서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차들을 향해 팔을 뻗었다. 좀처럼 차가 서지 않는다. 다시 또 조금 걷다가 팔을 뻗었다. 그렇게 몇번을 하던 중, 어떤 SUV차량 한대가 우리앞을 지나쳐 위에서 멈췄다. 나와 그녀는 마구 뛰기 시작했다. 차앞에 서니 창문이 내려지면서, 어디까지 가냐고 아저씨가 물어 보셨다. 우리는 [제주 절물 자연 휴양림]까지 간다고 했더니, 자신은 거기까지는 가지않고, 그 근처에서 내려 주겠다고 하며 우리보고 타라고 했다. 우리는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거푸하며, 차에 올랐다. 아저씨가 - 어디서 부터 걸어 왔냐는 말에 우리는 걸어온 길을 이야기 했고, 아저씨는 놀라기도 하시면서 - 서울에서 내려왔냐고 물어보셨다.
우리가 끄덕거리니, - 대학생이냐고... 다시 물으셨다. 나와그녀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물쩡
 
- 네...

 라고 대답했다. 속으로 내 나이를 생각하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그렇게 우리를 내려줄 길 앞 까지 왔을때 아저씨가 - 좀 늦어도 된다 하시며, 우회전을 하시는거 아닌가!! 우리는 다시 활짝 웃으며, -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시던 아저씨는 

- 서울가면 제주도 인심 좋더라...라는 말을 해달라고 하셨다.

우리는 - 꼭 그러겠다!! 라고 말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을때 다시한번,
 
-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곤 내렸다.
그녀는 이렇게 히치하이킹 처럼 차를 얻어 타며 여행한 적이 없다고 나에게 말하며,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제주 절물 자연 휴양림]에 도착하였고, 어느덧 해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니 입구에 역시
돌하루방이 우리를 반겨 주고 있었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얼마 인지는 당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차를 갖고 오지 않았기에 비싸지 않았던 것만 기억날 뿐!! 그녀는 제주도가 두번째 여행 이였는데, 첫번째 여행에서 태풍을 만나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 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도 처음이라고...
나는 역시 왔던 곳이라, 우선 신발을 벗고 올라 가겠냐고 물어 보았다. 이곳은
올라 가는 길 양쪽으로 잣나무가 늘어서 있고, 네개의 길은 일반길로 걸어 올라갈수 있게 나무로 되어 있고, 두개의 길은 고무가 깔려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개의 길은 맨발로 지압효과를 낼수 있는 하얗고, 또는 검정색의 돌길 이였다. 나는 돌길을 걷다가 아파서 못참고, 고무길을 걷거나 나무길을 걸으며 올라갔고, 그녀는 돌길로 아파 하면서도 끝까지 걸어 올라 갔다. 중간쯤에 이길은 끝이 나는데..그 끝에 
수돗가가 있어 발을 닦을수 있다. 우리는 다행히 수건을 챙겨 왔기에 씻고는 다시 신발을 신었고, 더 높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어느정도 올라가면 양쪽으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이후에도 걸어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에 위쪽으로 더는 올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왼쪽길에 
약수터가 있다고 하여, 그곳까지만 한번 가보기로 했다. 도착해서 보니 자그마한 약수터가 보였다. 기왕 온거 물맛이 어떨까 싶어 먹어 보았는데, 특별함은 못느꼈던 듯 하다. 시원하다고 만 생각하고 내려와 꽤 멋스러운 큰
연못에 앉아 숨을 돌렸던 듯 하다. 연못에는 중앙쪽에 꽤 큰
소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한국의 미가 느껴지는 멋드러진 장소였다. 해가 기울어져 가고 있어서 인지 찍는 사진마다 멋지고, 연못 안에는 큰 잉어들이 있었는데, 그
잉어 사진들 마저 멋졌다. 그렇게 집중하여 사진 찍다보니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이곳 어디든 앉아 있으면, 숲의 싱그러움과 상쾌함에 나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오래도록 걸어와 쉬고 있는 중일때는 더없이 천상의 그것이였다. 올때마다 시간이 없어 전체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리 크지 않아도 마냥 좋았다. 산속의 휴양림인데, 어찌 도시속의 휴양림들과 비교할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곳은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는 남은 길을 마저 걸어야 했기에 목표로 했던 길의 끝을 향해 이곳을 나가 다시 걸었다.
이때의 나는 꽤 지쳤었나 보다. 한쪽 다리가 조금씩 땡기면서 힘이 들기 시작 했다. 사실 휴양림을 돌아 나오는 길은 시원하고 상쾌해서 빠르게 걸어가며, 기분 좋음에 중간에 뛰어 가기도 했었기에 다리에 더 무리가 갔었나 보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걷는걸 포기하지 않았고, 한시간을 넘게 걷다 보니 우리의 원래 걸어왔던 그 길과 만났다. 사실 그녀의 발걸음 이였다면 좀더 빠르게 도착했을 텐데 나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미안함이 컸다. 


- 에휴...이 몹쓸 다리 같으니라곳....!!


다시 만난 그 길을 걸으며, 드디어 나는 벽에 부딪침을 느끼기 시작했다. 길이 거의 45˚~60˚ 쯤의 경사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옆에는 아주 높게 뻗어 있는 삼나무들이 즐비해 있었고, 나무들이 점점 높아 지다 보니, 해가 빨리 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긴 한라산 중심으로 가는 중이니 그럴만도 했다. 나는 사실 이 길을 걷고 싶어 이 국도를 선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를 악물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나는 그녀와 거리 차이가 났다. 발목도 시큰거리고, 이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좋아하는 삼나무의 멋진 경치도, 상쾌한 공기도 더이상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 멀리서 나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그녀의 뒷모습만이 나를 계속 걷게 만들뿐...그러나 그것도 잠시, 미안함이 계속 들어 힘내야지 하면서도,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언덕을 지나 한계에 부딪혔을때 내가 좋아하는 삼나무숲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음악을 껐다. 숲의 바람소리가 들리고, 새들의 지저김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 아무리 아파도 지금 보이는 이 길은 행복함 그 자체였다. 다리와 발목의 아픈것도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좀더 해가 있었더라면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을텐데...이젠 정말 해가 거의 지고 깜깜해져 가고 있었다. 내 오랜 여행의 직감이 이길이 아무리 좋아도 이젠 얼른 내려가야 한다는걸 예감했다. 나는 재빨리 저 멀리있는 그녀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곤 나역시 그녀쪽으로 걸어가며, 팔을 내밀어 차를 기다렸다. 퇴근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차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다행이였지만, 역시 해가 지고 어두워서 그런지 차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조금 불안함도 있었지만, 이럴때 그녀가 더 당황스러울까봐 침착한 척을 하며, 어찌 해야할지 머리속으로 생각했다. 결국에는 택시를 불러야 하나..라고 생각할때쯤 자동차 하나가 우리 앞을 지나가다가 다시 뒤로 오는것이 아닌가!! 우리는 얼른 창문이 내려져 있는 차안으로 몸을 숙이고는, 시내까지 태워주실수 있냐고 물어 보았고, 아저씨는 제주시로 간다는 말에 우리는 함성을 내질렀다. 아저씨가 깜짝 놀라지 않았기를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차에 얼른 올라탔다. 그리고는...

-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를 연신 남발 했다. 이때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 와서 인지 아니면 발목이 아파서였는지, 기억속에 아저씨와 많은 말들을 했었는데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저씨가 우리가 걸어온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제주도의 다른 좋은 곳들을 알려 주시며, 여행해 보라고 추천해 주신 듯 한데, 당최 자세한 내용들은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아픈 발목과 편안한 시트만이 내 기억속에 존재했다. 아저씨는 우리를 숙소근처까지 태워 주려 하셨지만, 우리는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큰 마트에 가야 했기에 한라산에서 빠져 나와 보이는 하나로 마트 근처에 내려 달라고 했다. 정말 너무 감사해서 어찌 해야 할지 몰랐지만, 딱히 무얼 할수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뿐!!! 마트로 걸어가면서 오늘 하루 태워 주시고, 걱정해 주셨던 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부풀어 오르는 행복감을 마음에 담고 마트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마트 가는 길은 차에서 쉬었기 때문인지, 행복감 때문인지, 발걸음도 가벼웠지만, 장을 다 보고 나왔을 때는 정말 앞이 깜깜했다. 장본 것도 무겁고, 그녀와 걸으면서 도대체 어디에 버스 정류장이 있냐고!! 라고 연신 외친거 같다. 길에서 물어 보니 한참을 가야 한다고 하고, 우리는 30분을 넘게 걸으면서 지쳐갔다. 내 다리를 걱정한 그녀가 무거운걸 들어 주기도 하고 그랬음에도, 내 발목은 이제 한계에 부딪 치게 되었다. 이제 갓 15분쯤 더 걸었을까? 정말 이러다가 어찌 되겠구나 싶었을때, 멀리 정류장이 보였다. 도착해서 보니,
아뿔싸.
우리 펜션 근처로 가는 버스가 하나도 없다. 경유해서 타야 하는 버스는 있을지 몰라도, 제주사람이 아닌지라 복잡하고 설명해 주어도 알아 듣질 못했다. 나는 그냥

- 에라~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택시를 타고 펜션까지 와버렸다. 택시비는 만원을 넘지 않은 듯 한데, 이제껏 아끼며 썼던 오늘 하루가 떠올라, 어찌나 택시비가 아깝던지...그래도 편하게 숙소에 들어와 에어콘을 키고 누우니 이게 바로 천국이지 싶다. 우선 그녀가 샤워 하는 동안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는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라 살이 찔까 무서워 허기진 배를 움켜 잡고 밥은 정말 조금만 먹었다. 그녀는 원래 저녁을 일찍 먹는 습관이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나는 몇시간이 지나니 째깍째깍...10시를 향해가는 시계소리에 맞춰 배에서도 꼬르르륵~소리가 연타로 나오고 있었다. 차라리 너무 늦게 배고프다고 먹느니, 지금 먹는게 낫겠다 싶어, 싸갖고 온 미숫가루에 우유를 붓고 먹기 시작했다. 피곤할때 달게 먹어야 한다면 설탕도 듬뿍.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싶다.
미숫가루를 대체 얼마만큼 먹으려 한건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다. 헐헐;; 

- 이젠 그만 먹어야 겠어!!

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 후~욱~~~~

그때 마침 그녀도 베란다로 나왔고, 함께 담배를 태우며 오늘 하루를 회상했다. 초반에 걸었을때, 산굼부리에서, 중간의 마을과 휴양림...특히 차를 태워주신 두분에 대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그때 시끄러운 소리에 아래를 내려다 보니, 동네 사람들인지, 여행 온 사람들인지, 회와 함께 술한잔씩을 하고 있었다.
사실 많이 시끄럽기도 하고, 아직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간인듯 싶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는 바다쪽으로 나갔다. 밖은 어둡고, 바다는 칠흙같이 검게보여 길에 있는 나무의자에 앉아 바라보니,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시원한 밤바람과 멀리 배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저 펜션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다시금 생각하는건, 차편도 마땅치 않는 이 시점에서, 앞에 바로 바다가 있어 의자나 돌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다는건 이번 여행의 축복같은 그런 거였다. 점차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갈때쯤 주위를 보니 밤낚시 하러 오신 분들이 커다른 돌위로 올라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십분!! 드디어 한 두대 밖에 없던 환한 낚시 배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고, 어제밤에 보았던 그 환한 전경이 내 눈앞에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 힘들고 피곤했냐는 듯 낚시하는 곳에 가까이 가서 구경하기도 하고, 식구들끼리 와서 노는 곳에 섞여 바다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피곤했던지 자연스럽게 서로 펜션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방으로 들어온 후 수첩을 꺼내들어 무언가를 쓰고 싶었지만, 피곤함에 눈이 그냥 감겼다. 난 이날 내가 몇시에 잠이 들었는지 기억에 없다. 다만 그녀보다 내가 먼저 잠이 들었다는 거 밖에...




그렇게 둘째날이 지나가고 있었다....그.리.고. 제주도 분들 정말 인심이 너무 좋으십니다!!! 라는 말을 다시한번 꼭!! 쓰고 싶었다...
이말의 의미는 셋째날이 되었을때 더욱더 마음속 깊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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